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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책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신유진 작가, 독서리뷰

by 생각과기록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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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문장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 어려운 책이었다. 일주일 내내 읽은 것 같다. 책을 덮은 후 문득 생텍쥐페리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어린 왕자’를 읽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나이 44살, 생텍쥐페리가 삶을 마무리한 그 나이가 되어서야 어린왕자 책을 펼쳐본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허영심 많은 모자를 쓴 아저씨, 잊어버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 5억 개의 별을 세며 계산하기엔 여념 없는 사업가. 꽃은 덧없다며 기록하지 않는 지리학자.
그 어른들의 모습이 이미 내 안에 담겨 있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다시 어린 아이가 되는데 사십 년이 걸렸다” 는 피카소의 말처럼, 순수하고 자유로운 어린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생텍쥐페리의 문장들을 한문장 한 문장 곱씹어보며, 최고급 샴페인과 캐비어 대신 햇살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야 빨리 와 빨리 사진 찍어” 그리고 곧바로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한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 사랑과 우정과 연대

깊은 밤, 어둠 속 홀로 비행기를 몰고 하늘을 날아가는 생텍쥐페리가 되어 본다. 사막에 추락해서 며칠을 홀로 죽음의 위기를 버티는 생텍쥐페리가 되어 본다.

그 순간 무엇이 필요했을까?
돈이 필요했을까? 아닐 것이다.
명예와 권력이 필요했을까? 아닐 것이다.
 
사랑과 우정, 즉 ‘관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필요했을 것이고 친구 기요메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진 여우와 꽃처럼 길들여짐으로써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관계’가 많은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이다.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꽃이 된 것은 네가 너의 장미를 위해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야”

‘관계’에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성실함과 책임감이다. 자기가 불을 쬐던 난로 옆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배려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감춰진 아름다움을 찾아 함께 웃을 수 있는 ‘관계’가 많은 삶을 살고 싶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 인생의 의미

특급열차에 올라탔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라 제자리를 빙빙 도는 사람들. 타인의 몸짓에 따라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진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그런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타인의 거울에 비춰 나를 판단하고 살았다. 기다림을 모르고 살았다. 빨리 해내고 싶은 욕심으로 살았다.
 
중요한 것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향해 가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결과보다는 과정을, 남의 삶을 살던 껍데기가 아닌, 기다릴 줄 아는 단단한 존재의 나무처럼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 자기만의 별을 찾아서

생텍쥐페리는 제대 후 자동차 회사에서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생의 가장 고비인 순간 글이 그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현미경 위에서 숨을 참는 파스퇴르, 스케치 앞에서 말없이 부동의 자세로 서있는 세잔.
그들은 그들만의 별을 찾았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리고 빛난다.
 
어딘가에 감춰져 있는 우물이 있기 때문에 사막이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모두는 내면에 빛나는 우물을 분명 가지고 있다. 그렇게 믿는다.
 
한걸음 한걸음 그냥 내디뎌보자. 그 한걸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자.
별이 담긴 빛나는 우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 석양이 질 때

우리는 결국 죽는다. 죽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바라게 될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반짝이는 별이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며, 넘실거리는 파도가 있는 바다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저 한번 더 보고 싶을 뿐이다.
 
인생의 석양이 질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소중한 것이 항상 곁에 있음을 알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는 것이다.
 
퇴근하는 길에 지는 해가 아름다우면 잠시 차를 세우고 바라봐야 한다.
갑자기 누군가 보고 싶어지면 망설임 없이 전화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늘의 맑은 별을 보고 싶을 때면 산을 찾아 올라가야 한다.
 
그럴 때 우리도 어린 왕자처럼 몸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껍데기를 버린다고 해서 슬플 건 없다며 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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