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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책

유시민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by 생각과기록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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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유시민의 원픽 책

유시민 작가는 외딴 섬으로 단 한권의 책을 가져가야 한다면 칼 세이건의 『코스코스』를 선택하겠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반드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꽤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분명히 이전에 경험할 수 없는 쾌감, 즐거움, 감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 이론,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 -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에서 - 

 

https://warmman100.com/96

 

칼세이건, 『코스모스』

코스모스 -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우리의 존재 근원은 어디일까?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시작됐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의 대척되는 단어다.

warmman100.com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1장. 그럴법한 이야기와 확실한 진리 (인문학과 과학)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인문학자. 인문학은 생존의 도구가 아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학문이다. 
'나는 무엇인가?'를 묻는 과학자.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다. 실체의 원리와 근거를 탐구한다. 
 
1장의 제목처럼 인문학자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중한다면 과학자는 확실한 진리를 추구한다. 
과학자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에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구가 돈다'는 확실한 진리를 서술했을뿐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탐구하려면, 내가 무엇인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그 대답을 과학에서 찾아야 한다.

인문학이 틀리고 과학이 맞고, 과학이 맞고 인문학이 틀리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의 기초 위에 인문학의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매일 매순간 그전에 본 적 없는, 새롭고 놀라운 기술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성벽을 쌓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경계를 나눠서는 안된다.

지금 인문학자는 과학을 담고, 과학자는 인문학을 품어야 한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2장. 나는 무엇인가? (뇌과학)

 

나는 무엇인가? 유시민 작가는 스스럼 없이 '나는 뇌다'라고 대답한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 몸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뇌는 생존하기 위해 우리 몸에게 행동하게 하고, 일하도록 하고 , 선택하도록 하고, 집중하도록 한다. 
(생존에는 번식도 포함된다.) 그것이 뇌다. 

칸트의 이론을 압축한다면 '불가지론'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사물은 우리의 주관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물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칸트의 생각을 빌려 물과 얼음과 수증기를 보자. 온도에 따라 H2O가 다양한 사물 형태로 존재한다.

물을 물이라고 하고, 얼음을 얼음이라 하고, 수증기를 수증기라고 해보자. 이것을 우리는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H20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물, 얼음, 수증기가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칸트가 바라보던 시대와 다른 세상이 됐다.

이제 우리는 사물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과학적 기술로 무장했다. 우리는 이제 물과 얼음과 수증기가 H20가 만들어낸 사물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H20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측은지심'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했다. 이타적인 마음, 사랑하는 마음의 시작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라고 믿었다. 뇌과학적 입장에서도 맞는 말이다. 
 
우리의 뇌는 불안정하다. 완벽한 설계와는 아주 반대의 자리에 서 있다. 난잡하고 복잡하다. 인류가 태어난 먼 과거의 뇌가 우리 뇌의 가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본능'과 '생존'과 '번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뇌의 특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자유의지를 갖는 것이 어렵다. 어려움이 당연함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뇌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3장.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생물학)

 

생물학과 다윈은 뗄 수 없다. 다윈의 진화론이 이 장의 대부분을 독점한다.

다윈의 진화론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면 "진화란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에 더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고 번식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흡혈박쥐의 '상리공생' 생존모델을 보면 진화론을 이해하기 쉽다. 
흡혈박쥐는 신진대사가 무척 빨라서 단 며칠만 굶어도 죽기 쉬운 형질을 가지고 있다.  사냥에 성공한 날은 살 수 있는 날이고, 사냥에 실패한 날은 죽기 쉬운 날이다. 그래서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한 동료들에게 피를 게워준다. 
 
어떤 흡혈박쥐는 매일 최선을 다해 사냥하고, 사냥에 성공한 날, 사냥에 실패한 박쥐에게 피를 게워준다. 
어떤 흡혈박쥐는 사냥에 성공했음에도 사냥에 실패한 박쥐에게 피를 게워주지 않는다. 이 흡혈박쥐는 혼자 매일 피를 먹을 수 있는다.  매일 배부를 것이다.

 

만약 모든 박쥐가 전자의 경우, 다른 박쥐에게 피를 게워주지 않는 개체가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피를 게워주는 정직한 박쥐 개체는 피를 게워주지 않는 박쥐에게는 다시는 피를 게워주지 않는다면, 얄팍한 후자의 흡혈박쥐는 생존할 확률이 줄어든다.  
 
이 장 '생물학'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소련은 왜 망했을까? 인간의 본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제도는 인간의 내적 본성의 경향성에 근거를 둬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의 밑바탕에는 고유한 생물학적 제약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 
 
소련의 군중들은 함께 일할 때 태만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성실했다.

소련은 미국과 싸워서 진 것이 아니다. 소련은 인간의 본성과 싸워서 진 것이다. 
 
인간의 진화가 단순히 자연선택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우리가 행하는 이타적인 선행의 모습의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두가지를 이유로 찾는다.
 
첫 번째는 성선택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즉 이타성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컷공작처럼 생존에 전혀 불필요한 화려한 꼬리가, 암컷을 유혹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진화의 부작용이다. 이성보다는 욕망이, 도덕보다는 이익이 본성인 호모사피엔스의 생물학적 진화의 본성이다. 하지만 타인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지나가는 길거리의 고양이에게 음식을 주는 모습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는 것이 유시민 작가의 생각이다.  
 
지금 우리 머릿속에 숱하게 일어나는 생각을 생물학적 본성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성보다는 욕망이 앞서는 본성이 내 뇌에서,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욕망적인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이성을 생각할 기회를 의식적으로 가져야한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4장.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화학)

 

돈이 되는 과학이  화학이다. 화학은 우리 주변, 우리가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과학이다. 주변을 보라. 어디 화학제품 아닌 것이 있는지? 
 
소금이 물에 녹는 이유를 알면 화학을 이해하기 쉽다. 물과 소금이 만나면 물을 구성하는 원자, 소금을 구성하는 원자의 껍데기에 있는 최외곽 전자가 서로 이동한다. 이 전자가 소금으로 향하면 소금과 물이 되고, 이 전자가 물로 향하면 소금물이 된다.  
 
소금과 물 사이에는 전자가 존재한다. 이 전자의 이동에 따라 분리되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한다. 
 
외곽에 있는 전자를 서로 공유하면서 원자는 분자가 되고, 이온화합물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학문에도 화학과 같은 통섭이 필요하다.

전문지식이 한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파편화된 지식을 모으고 학문의 갈래를 합쳐야 한다. 인문학과 과학은 통합되어야 한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5장.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물리학)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유시민 작가도 어려운 듯하다. 이해할 수 없기에 그냥 받아들였다고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고 한다. 138억 년쯤 온도와 밀도가 높은 한 점에서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빅뱅이라고 불린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물리학은 엔트로피에서 답을 찾으라고 한다.

엔트로피가 낮을수록 안정되고 높을수록 무질서해진다. 엔트로피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한다. 아무리 강력한 힘으로 엔트로피를 잡고 있으려 해도, 낮은 엔트로피 상태를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우주의 보편적 과학 법칙이다. 
 
우리는 높은 엔트로피로 가고 있다. 마시는 동안 미지근해지는 커피처럼, 아무리 정리해도 어질러지는 집처럼 우리 모두는 무질서로 향한다. 
 
물리학은 인간이 먼지만큼 사소한 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겸손해진다.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 6장. 우주의 언어인가? 천재의 놀이인가? (수학) 

 

수학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들은 두가지를 가지고 있다. 젊음과 천재성이다.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주가 클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수학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유시민 작가는 깔끔하게, 수학자를 선망하는 것을 포기해 버린다. 그리고 쿨하게, 부럽지 않다고 선언해 버린다. 
 
수학! 아름다운가? 아름다울 수 있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다. 
 


문과남자의 수학공부 - 소감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문학적 해답을 찾기 위해 '나는 무엇인가?'라는 과학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문학과 과학은 하나의 그릇에 버무려져야 한다. 최재천 교수님이 말한 '통섭'의 개념으로 학문들이 융합되고 서로 번져야 한다. 
 
인문학자는 과학을, 과학자는 인문학을 토대로 지식을 확장해가야 한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과학자는 관찰과 추론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와 확실한 근거를 추구한다.

'그럴 것이다.'라는 애매모호한 답은 배제한다. 
 
반면 인문학은 확실한 근거보다는 철학적 사색으로 그럴듯한 답을 찾으려 애쓴다. 
 
과학이 옳고, 인문학이 그르고, 인문학이 맞고, 과학이 틀림을 지적하며 싸울 필요는 없다.

과학자들의 기본 자세인 관찰과 실험, 분석과 추론으로 대상의 실체를 한 단계씩 찾아나가는 방법은 모든 학문에 적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려는 학문, 인간과 사회를 바꾸고 시야를 넓혀주는 인문학 역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우리가 발견하는 세상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책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시민 작가도 물리학, 수학이 버거운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리학과 수학 장의 책 쪽수 역시 적었다.
 
가장 흥미있었던 주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한 '뇌과학'과 '생물학'이었다.
 
우리 뇌는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았다.

생존하기 위해서, 번식하기 위해서 그때 그때 살아남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판단의 기초에, 뇌의 생물학적 본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련이 미국과 싸워서 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싸워서 진 것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과학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을 뿐더러, 학창 시절 깊게 공부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를 과학에서 우리는 배울 수 있다.

깊게 관찰하며  분명한 근거와 논리를 찾고 사물의 실체를 알아가는 그과학적 접근 방법을

우리 삶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유시민 작가가 원픽으로 뽑은 '코스모스'책을 구입했다. 차분히 시간을 가지고 읽어봐야겠다. 
 
'과학!' 쉽지 않은 녀석이지만 도전해볼만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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