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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책

총균쇠. 역사 속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

by 생각과기록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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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아 섬 이야기

약 1,000년경 뉴질랜드로 이주했던 폴리네시아인에게는 동일한 후손이었던 모리 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사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1835년 12월, 뉴질랜드 동쪽 채텀제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모리 오리족이 갑자기 자유를 잃게 됩니다. 인근 마오리족 900명이 쳐들어와서, 며칠 만에 모리 오리족 수백 명을 살해했습니다. 시체를 요리해서 먹고, 노예로 삼아버렸습니다.
모리 오리족 생존자는 마오리족이 자신들을 양 떼처럼 죽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오리족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관습대로 그 섬을 점령했을 뿐입니다. 뭐가 문제입니까?”
모리 오리족은 수적으로 마오리 족보다 많았지만, 그들은 전쟁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수렵과 채집하기 위한 아주 간단한 기술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반면 마오리족은 인구밀도가 높은 농경사회에서 숱하게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모리 오리족보다 훨씬 발전된 무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마오리족에게는 강력한 지도층이 있어서 일사불란하게 통솔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마오리족이 모리 오리족을 양 떼 죽이듯이 도살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페루 카하마르카에서

1532년 11월 16일 스페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가 마주치게 됩니다. 당시 스페인 피사로에게는 오합지졸 168명의 군인이 있었습니다. 반면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는 수백만 백성을 거느린 제국의 태양신이었고 이제 막 승리를 거둔 8만 명의 군사를 대동하고 있었습니다. 두 우두머리가 얼굴을 맞댄 지 얼마 되지 않아 피사로가 대뜸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아버렸습니다. 피사로는 8개월 동안 아타우알파를 잡아놓고 가로 6.7미터, 세로 5.2미터, 높이 2.4미터를 가득 채울 만큼의 황금을 몸값으로 받습니다. 그리고 아타우알파를 죽여버립니다.
168명 대 8만 명, 어떻게 스페인의 피사로는 이 적은 숫자로 잉카의 대군을 이길 수 있었을까요? 우선 피사로의 무기는 강력했습니다. 스페인군이 가진 쇠칼, 갑옷, 총, 말에 아타우알파의 군대는 돌, 청동기, 나무 곤봉, 물매로 대항했습니다. 칼과 돌의 싸움에서 스페인군의 승리는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군 한 명이 상대했어야 하는 아타우알파 군사는 자그마치 476명이었습니다. 수적으로 너무 열세였습니다. 아마도 강력한 무기로 잉카인들을 죽이는 스페인군의 모습을 보면서 잉카인들은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낯선 자들이 낯선 말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모습,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칼로 잉카인들을 베어내는 모습, 고막을 터뜨릴만한 강력한 총소리, 이 모든 것들이 잉카인들에게 무서운 공포심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스페인군이 단 50명이었더라도 스페인이 승리했을 것입니다.
또, 스페인의 승리에 도움을 주었던 것은 병원균이었습니다. 1526년 스페인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들어오면서 천연두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타우알파의 선대 황제들 역시 천연두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죽어버린 그 자리를 탐내던 아타우알파와 이복형제 우 아스카르의 다툼이 이 제국을 분열시켰던 것입니다. 또한 잉카인들에게 아타우알파는 황제 이상의 신이었습니다. 이 신을 생포한 피사로는 잉카족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타우알파는 세계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 스페인이 이미 중앙아메리카의 강력한 인디언들을 차례차례 정복한 절대 강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또 아타우알파는 피사로가 돈을 주면 금방 돌아갈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상 피사로가 신대륙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스페인의 선봉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의 교훈

폴리네시아와 페루 카하마르카에서 벌어진 이 두 사건을 통해 무기와 기술, 정치, 시스템이 승리를 결정짓는 것임을 배우게 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세 파악과 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강력한 경쟁 속에서 성장한 나라가 평온한 삶에서 안주하며 사는 나라를 짓밟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과거의 역사 모습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두 이야기를 보며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왜 기술의 진보의 속도가 지역별로 다른 걸까요?' '왜 아메리카 사람들은 배를 타고 유럽으로 가지 못했을까요?'
'왜 유럽의 질병만 신대륙 사람들을 죽인 것이고, 신대륙의 질병은 그만큼 유럽 사람들에게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역사를 읽다 보면 다른 궁금증이 생겨나게 됩니다. 여러분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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