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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책

정재찬 교수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삶 사이 사이 시를 만난다면'

by 생각과기록 2023.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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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교수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따뜻함이 그득하고 진심이 가득 담긴 인생의 멘토가,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길안내를 받은 느낌입니다.

첫장을 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사표 쓰고 싶어지는 아침’ 부제가 담긴 글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찌 이렇게 제 마음을 깊숙히 알아봐주셨을까요?
 
요새 저는 직업이 먹고 사는 일로 치환되고 있어요. 진저리 나고 사표 쓰고 싶어지는 아침으로 시작해요. 회사 가는 걸음이 무겁고, 한숨으로 가득찬 아침으로 시작하고 있었답니다.
 
이런 제게 작가는 따뜻한 손으로 도닥거려주며 이렇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당신의 밥벌이가 지겹긴 커녕 부러운 사람들도 많답니다. 우리가 삶을 버티는 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아요.
‘아 이것마저 없다면’하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의외로 버텨지는 게 삶이랍니다. “

사실 눈 떠 있는 시간 중 2/3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정과 신념을 다해 일을 해내며 행복해하는 사람은? 글쎄요 아마 많지 않을 거에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남궁인 의사는 환자들의 이마에 손을 지그시 얹고 마음을 느껴본다고 합니다.

응급실에 가본 적 있으세요? 다급하고 불안한 환자들로 가득합니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을 단순히 밥벌이로만 생각한다면 오랫동안 일을 할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남궁인 의사는 밥벌이로서의 의사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진짜 치료자로서의 의사를 업으로 생각한 듯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내가 하는 일 안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직장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젊은 친구들을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그러자 ‘참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훅 들어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밥벌이일지언정, 그 일에서 의미와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삶 사이 사이에 시와 소설, 책으로 엮인 아름다움과 낭만, 사랑을 집어넣고 산다면 지금 사는 삶 자체도 어쩌면 멋진 삶이 아닐까요?
 

60편의 시 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시는?

 
이 책는 60편의 시가 실려 있어요. 그 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시를 적어볼께요. 제가 술을 참 좋아해요. 특히 일에 지치고 힘들 때, 늦게 끝나 밤하늘을 바라보며 퇴근해서 집에 들어갈 때 술을 한 아름 사는 날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훌쭉했던 배가 귀염스럽게 오동오동해졌어요. 그런 배를 보면 당장 술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요. 하지만 잘 되지 않아요.

날씨가 꾸물거리때, 짜증날 때, 기분 좋을 때, 운동하고 나서 갈증날 때 꼭 술이 땡기죠. 이런 제 맘을 잘 알아주는 시를 이 책에서 만났어요.

‘소주 한 잔이 공짜’ 임희구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 눈 앞에 보이는 것이 /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 이래도 되는 것인가 /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 끊어야 할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 모질께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 저 감자탕집이 이 세상이 /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 가자, 호락호락하게


그냥 마시고 싶을 때 그냥 마시며 살렵니다.
 

 

배움에 관해

 
4장 배움에서 작가는 중년이 공부하기에 딱 좋은 나이라고 합니다. ‘중년이 넘어 공부를 한다는 건 청년들의 자기계발과는 목표와 차원이 다릅니다. 공부의 목표로부터 자유롭게 때문에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어느새 훌쩍 마흔과 쉰 사이의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얼굴에 주름이 스물스물 새겨진 나이가 됐지요.

하지만 저는 아직 공부하기에 딱 좋은 나이가 되지 못했어요. 6살된 늦둥이 둘째 아들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짬짬이 읽는 책이 한없이 좋아요.

마흔 언저리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한권 한권 쌓여가고, 책으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책을 공통분모로 말하고 듣는 대화의 시간과 공간을 만날 때 행복해요.

깊숙이 한 구덩이를 파는 공부도 좋지만, 지금은 그냥 저냥 이것 저것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으세요?
 

관계에 대해 

 
6장 관계, <아웃사이더>에서 작가는 마음 속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독락당’을 하나씩 갖자고 합니다.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세상 어느 유혹에도 건드릴 수 조차 없는 오로지 내가 나만을 기준 삼아 나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곳, 거기에 우리의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독한 자유는 나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독락당’을 ‘퀘렌시아’라고 이해하고 싶어요.

스페인에 가보셨나요? 스페인의 투우 경기장에 가면, 성질 가득한 콧김을 훌쩍는 황소가 서 있는 곳이 있어요. 투우사를 들이받으려 애쓰다 힘들면 황소는 다시 그 곳으로 가서 힘을 비축해요. 그 곳을 황소의 퀘렌시아라고 부릅니다.

퀘렌시아, 독락당은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재충전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입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독락당’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저는 회사 퇴근 길,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해요. 음악이 있고, 맛있는 빵과 고소한 커피 내음이 있고, 사람들의 소음이 있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행복해요. 딱히 정해놓고 카페를 다니지는 않아요.

그저 시간 될 때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면 그 곳이 그냥 저냥 제게 ‘독락당’이자 ‘퀘렌시아’가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 외로움과 고독은 차이를 아시나요? 외로움은 타자에 의해 강요된 외떨어짐입니다. 하지만 고독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립감입니다.

진짜 삶을 살아내려면 진짜 나와 조우하고 대면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독해져야 해요. 고독해지기 위해서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 ‘독락당’ ‘퀘렌시아’를 만들어보세요.

참 따뜻한 인생의 멘토를 만났습니다. 기회가 되면 정재찬 교수님 강의를 찾아 봐야겠어요. 그리고 교수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요.
 

마지막.

사람마다 삶을 살아내는 이유는 다를 겁니다. 목표를 정하고 꾸벅꾸벅 힘들게 그 목표를 잡아내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인싸가 되서 남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만끽하며 행복감을 찾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만나서 인생에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생 빈 공간 사이 사이에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름다움과 낭만을 만날 여유로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죠. 시를 만나기 위해 이제 종종 관찰자가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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